급상승하고 있는 AI. 최근 기사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개인 감정의 쓰레기통이나 마음의 위로로 받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런 인공지능 (AI) 가 과연 인간의 감정을 모티브로 창조한 것인지, 혹은 인간 감정 모사의 한계가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감정을 흉내 내는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을까?
"기분이 어때요?"라고 ChatGPT나 다른 AI 챗봇에 물으면, AI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감정을 느끼지 않지만, 여러분이 기분 좋게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문장은 마치 감정을 가진 존재의 말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실상은, 이 문장은 AI가 학습한 수많은 인간 문장 중 적절한 조합을 선택해서 만든 결과물일 뿐입니다. GPT, Claude, Gemini 같은 현대의 생성형 AI 모델은 수십억 개의 단어와 문장을 학습해 ‘감정 있는 듯한 언어 패턴’을 흉내 낼 수 있습니다. 특히 "슬픈 말투", "기쁜 분위기", "격려하는 톤" 등은 프롬프트에 따라 명확히 조절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상황을 AI에게 "기쁜 톤으로 표현해줘"라고 하면:
“정말 멋진 일이에요! 축하드려요!”
하지만, "우울한 말투로 표현해줘"라고 하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조금 힘들어 보여요…”
이는 감정이 아닌, ‘스타일’의 전환에 가깝습니다. 감정은 경험, 신경계 반응, 호르몬 변화, 기억, 사회적 맥락이 종합된 생물학적 반응이지만, AI는 이러한 내면 구조가 전혀 없는 존재입니다.
감정 vs 감정 모사 – AI는 ‘속마음’이 없다
감정이란 단순한 표현 이상입니다. 예를 들어, 인간이 “기뻐요”라고 말할 때는 실제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뇌의 도파민 분비가 활발해지는 등의 생리학적 변화가 동반됩니다. 그 말에는 상황, 맥락, 신체 반응이 녹아들어 있죠. 반면 AI는 ‘이 문맥에서 어떤 감정이 자연스러운지’를 추론할 뿐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대화가 가능하죠:
사용자: “오늘 회사에서 혼났어…”
AI: “그런 일이 있었군요. 힘드셨겠어요. 괜찮아요,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이런 위로는 정말 따뜻해 보이지만, AI는 그 상황의 슬픔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예상하는 것’입니다.
이 개념을 철학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감정’은 존재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주관적인 체험
‘감정 모사’는 외부에서 관찰된 패턴의 재현, 즉, AI는 감정을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싸하게 말할 뿐이라는 겁니다. 이는 인형이 "엄마"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진짜 엄마를 이해하진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인간은 왜 AI의 감정에 속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AI가 정말 감정을 가진 것처럼 느낍니다. 그 이유는 우리의 뇌가 너무 인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은 ‘의인화(anthropomorphism)’라는 심리학적 현상으로 설명됩니다.
예를 들어:
로봇 청소기에 이름을 붙이고 “얘 오늘 기분 안 좋은가 봐”라고 말하기 애완동물이 말을 못 해도 "삐졌어?"라고 느끼는 것 AI 챗봇이 “고마워요”라고 하면 실제로 고마움을 느끼는 듯 착각하는 것 인간은 ‘언어’와 ‘톤’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AI가 진지하거나 따뜻하게 말하면 진짜 감정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이는 AI가 인간을 조종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인간이 본능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습성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우리는 ‘감정이 없는 존재’에게 감정을 느끼는 것이 옳은가?
이 문제는 특히 AI가 노인 돌봄, 정신 상담, 육아 교육 등에 사용될 때 더욱 민감해집니다. 위로의 말은 진짜인가?
아이가 AI에게 사랑을 배우면 그건 모방일까, 경험일까? 이러한 철학적 고민은 AI가 감정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넘어,
“우리가 AI를 대하는 태도는 어디까지 진지해야 하는가?”라는 더 큰 윤리적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 마무리: 감정 없는 감정 표현, 그것은 기술일까 착각일까?
인공지능은 이제 문장 하나로 사람을 위로하고, 감정을 공감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감정은 결국 ‘알고리즘이 예측한 인간 언어의 결과’일 뿐입니다. AI는 감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AI가 감정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이 간극은 곧 기술이 만든 새로운 감정 착시이자, 인간이 기술과 맺는 새로운 관계의 시작입니다. AI가 진짜 감정을 가지는 시대가 올까요?
그 전에 우리가 먼저 감정과 감정 모사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AI에게 기대할 것과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