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개발자의 하루를 이렇게 상상하곤 한다. “하루 종일 커피 마시면서 코드 치고, 밤샘하고, 새벽 3시에 배포 버튼 누르다가 오류 나서 고치고...” 물론 그런 날도 가끔 있다. 하지만 꾸준히, 오래 개발자로 살아남기 위해선 루틴이 필요하다. 생산성과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야말로 개발자의 진짜 숙제다. 오늘은 내가 실천 중인 하루 루틴을 바탕으로 개발자라는 직업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공유해보려 한다.
☀️ 오전 6:30 – 기상 & 컨텍스트 세팅
나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는 편이다. 개발은 깊은 몰입을 요구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하루의 맥락을 설정하는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다.
🕖 일어나서 하는 첫 번째 일: '시작 로그'
기상 후 침대 옆 탁자에 있는 메모지에 오늘의 상태를 적는다.
6:30AM / slept 6.5hr / mood: 6/10 / focus: 7/10 / energy: 5/10
이건 단순한 기록이지만, 내 정신 상태를 정리하고 하루의 컨텍스트를 잡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날 집중이 안 될 것 같다면 중요한 작업을 오후로 미루기도 하고, 에너지가 높다면 오전에 어려운 이슈를 처리한다.
☕ 간단한 루틴
[10분 스트레칭]
모닝 루틴으로 하는 중요한 것들 중 하나가 스트레칭이다. 나는 짧고 굵게 코어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플랭크 운동과 힙업 운동 위주로 5가지 동작을 짜서 매아침마다 진행해준다. 아침루틴으로 넣은지 어느덧 4년 정도 되었는데, 기초체력이 확실히 좋아진게 느껴진다.
💻 오전 7:30 – 코어 집중 시간 (Deep Work)
나는 출근시간이 오전 8시까지 이지만 주로 30분 일찍 출근하는 편이다. 일찍 출근해서 30분이란 시간동안 내 개인 공부를 따로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아침시간이 집중력의 킥인 시간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사용하고 싶어서 내가 만들었다.
🔧 하는 일
전날 작업하던 기능 마무리, GitLab PR 리뷰, 레거시 코드 개선 리팩토링
✅ 나만의 규칙
1. 50분 작업 / 10분 휴식 (Pomodoro 유사 루틴)
2. 집중할 땐 [forest 앱]으로 스마트폰 차단
3. Slack은 11시 전까지 알림 꺼두기
4. 이렇게 집중해서 오전에 한두 개의 이슈를 해결하면, 오후가 훨씬 여유롭다.
5. 개발자의 자존감은 결국 "잘 돌아가는 코드 1줄"에서 시작된다.
🍽️ 오전 11:30 – 점심 & 브레인 리셋
점심은 꼭 밖에서 먹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무실(또는 집)이라는 맥락에서 벗어나야 뇌가 진짜 쉬기 때문. 개발자는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이기 때문에, 브레인 리셋 시간이 필수다. 점심 후엔 잠깐 카페에 들러 아이디어 스케치나 고민 중인 구조에 대해 메모하기도 한다. 의외로 좋은 아이디어는 화장실이나 계단, 혹은 커피 마시면서 떠오르기도 한다.
📞 오후 1:30 – 커뮤니케이션 & 협업 시간
오후는 회의, 리뷰, 공유 등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시간을 보낸다.
📅 내가 참여하는 것들
1. 데일리 스탠드업 미팅
2. 타 개발자와의 페어 프로그래밍
3. 디자이너, PM과의 스펙 조율
4. 코드 리뷰 피드백 주고받기
이 시간대는 뇌가 상대적으로 덜 집중되기 때문에, 사람과의 대화에 에너지를 쓰는 데 적절하다.
회의를 최대한 짧고 효율적으로 끝내기 위해 회의 안건은 항상 미리 작성해두는 습관도 있다.
🔁 오후 3:30 – 반복 업무 + 잔여 작업 정리
오후 후반엔 뇌가 느려지기 때문에 루틴성 작업이나 간단한 QA, 문서 정리 등을 한다.
1. 기존 기능 테스트 자동화
2. JIRA 티켓 정리
3. 개발 문서/위키 업데이트
4. 코드 커버리지 확인 및 테스트 추가
개발은 단지 ‘코드 작성’이 아니라,
시스템을 다듬고, 남들이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하는 일까지 포함된다.
🌇 오후 5:00 – 퇴근, 하지만 진짜 종료는 아니다
퇴근 시간이라고 해서 하루가 딱 끝나는 건 아니다. 나는 퇴근 직후 약 30분 정도 하루를 회고하는 시간을 갖는다. “오늘 가장 잘한 일은?”
“막혔던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지?”, “내일은 어떤 태도로 시작하고 싶은가?” 이런 질문에 짧게라도 적다 보면, 단순히 ‘일을 한 하루’가 아니라 ‘성장한 하루’로 느껴진다.
🌙 저녁 7:30 이후 – 나를 위한 개발자 시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에는 업무가 아니라, 나를 위한 개발을 한다. 개인 취미를 하기도 하고 소셜로 가끔 친구들을 불러모아 맛난 음식들을 즐기기도 한다. 자기 개발을 위해 시간을 보낼 경우, 대부분을 사이드 프로젝트 개발로 시간을 쏟는다. 이걸 위해서 요즘 사용하고 있는 툴은 ChatGPT 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아 물론, 미국에 생활중인지라 영어 기술 블로그 읽기는 꾸준히 해야하지만 가끔은 귀찮아서 스킵하기도 한다.
개발이 단지 ‘회사 일’로만 소비되면 쉽게 지치지만,
이렇게 자기 주도적인 개발을 할 때 진짜 재미를 느낀다.
루틴이 나를 지탱한다
개발자는 항상 학습하고 성장해야 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아무런 루틴 없이 방황하게 되면 금방 번아웃이 찾아온다. 루틴은 나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지탱해주는 구조라는 걸 매일 느낀다. 내 루틴은 완벽하지 않다. 때론 피곤해서 무너지고, 리듬이 엉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다시 돌아올 기준점이 있다는 것이다. 개발자로 살아간다는 건 단지 코드를 짜는 일이 아니라, 꾸준히 나를 다듬는 삶을 사는 일이다.
당신의 하루 루틴은 어떤 모습인가요?